[박순우 기자] "이 소설에 대해선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나는 제대로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출판 신형철 평론가의 이 말을 나는 지금 한 글자 한 글자 절절히 공감한다. <스토너>를 두 번째 읽은 참이다. 책을 덮은 뒤 가슴 속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이 차올라 잠까지 설쳤다. 몽롱한 아침일 거라 예상했지만 정신은 또렷하기만 하다. 문학이 나의 오감을 깨우며 살아있으라 한다.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것이 없고, 한 장면, 한 인물, 한 대화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이 책의 무엇이 이토록 나를 사로잡는 걸까. 교수에서 받은 질문 하나▲ 초판본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RHK 출판사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책의 내용은 교수가 된 한 사람의 일생을 담고 있다. 대단한 클라이맥스도 없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아픔도 없다. 위대한 성공도 처참한 실패도 이 책은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에는 삶에 대한 모든 것이, 문학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말을 내뱉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문학을 아는가. 문학은 무엇인가. 삶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주인공인 윌리엄 스토너는 대학에 오기까지 스무 해 동안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산 적이 없는 사람이다. 고독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단 한 번도 던져본 적 없는 이다. 그에게 삶은 일생이라기보다 일상이었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성실이 기본인 삶. 그런 삶을 부모처럼 당연히 이어가리라 생각했고, 그 외의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그런 그가 아버지의 권유로 미주리 대학 농과대학을 진학하고 기초교양 필수과목인 영문학을 들으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아처 슬론 교수가 스토너를 향해 질문을 하기 전까지 스토너에게 문학은 단어의 나열이었다. 그 안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고, 무엇을 길어 올려야 하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그럼에도 그는 감각하고 있었다. 이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것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다르게 한다는 것. 아처 슬론은 셰익스피어의 73번째 소네트(14행 인명진, 시간의 기억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임종권 한국국제학연구원 원장이 장로교 목사 인명진(80)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본 ‘인명진, 시간의 기억’을 펴냈다.인명진 목사는 1945년(호적은 1946년) 6월 충남 당진군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 민중신학에 심취해 유신 정권 시절 노동·민주화 운동에 투신했으나 노년에는 보수적 정치 활동에 몸을 담았다.책에 따르면 인명진은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 속에서 성장했으나 대전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는 동안 함석헌(1901∼1989) 선생을 만나 무교회주의에 심취했다.인명진은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민중을 위하여 예수와 같은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고 결심해 일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민중신학의 본거지인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에 입학했다.그는 장신대 신학대학원 2학년 때 벌어진 전태일(1948∼1970) 분신 사건 등을 계기로 노동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신학대학 졸업 후 ‘무궁화 비누공장’, ‘독립문 메리야스’ 공장 등에서 1년가량 일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1973년 당시 노동자의 피난처로 불리던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실무자로 부임했다.책은 인명진이 활동한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활동을 조명한다. 1960∼1970년대 한국 노동 운동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단체 중 하나인 이 선교회는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인명진은 가발 수출업체 여성 노동자들이 사측의 폐업에 항의하며 야당인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YH무역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그는 이를 분기점으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게 됐다.이후 인명진 목사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저자는 인 목사가 보수우파 측에 참여한 이유에 “건전한 보수와 착한 진보가 부재하여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인 목사는 2016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절벽 끝에 오른 한국 보수우파의 살길을 열어주고 정치적 이념이 변절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결국 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영구 제명당하기도 했다.책은 개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