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역대급 폭염과 폭우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것 밖에는. 다만 다행인 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만큼 기후위기를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 속에 지역 곳곳에서도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CBS는 기후위기를 향한 냉소와 포기를 넘어, 한걸음의 작은 실천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기후행동이 가진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에코포럼 참가자들이 텀블러를 손에 들고 지속가능한 삶의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전남CBS ▶ 글 싣는 순서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⑧ 버려질 뻔한 병뚜껑,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변신하다⑨ "노플라스틱 육아, 가능해?" 환경 덕후 엄마의 실천법⑩ "손은 아프지만, 지구는 웃는다" 종이팩을 살리는 카페들⑪ '지금 바로 여기'…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기후 연대⑫ 텀블러 500개, 쓰레기는 바나나 껍질뿐(계속) "가져오신 텀블러를 높이 들어 주세요!" 사회자의 외침에 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텀블러를 들어 올렸다. 지난 8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제4회 순천에코포럼은 이렇게 이색적인 장면으로 시작됐다. 강당 안은 잠시 동안 텀블러의 숲이 됐다.'제6차 생명 대멸종과 그리스도교 영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내용 못지않게 운영 방식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강연과 간식, 참여와 실천을 일치시키려는 시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진짜 친환경'의 현장을 만들어냈다.간식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부터 이달 4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파면 선고에 이르기까지 지난 4개월간 한국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헌재 선고 직전 한 여론조사에서 ‘내 생각과 다르면 (선고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4%에 달할 정도로 사회적 불신과 진영 갈등이 심했다. 헌재 선고 당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할 만큼 좌우 강성 지지층의 분노와 흥분이 커지기도 했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극단적 정치 성향 지지층이 늘어나는 현상은 정치적 양극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사회, 문화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가운데 개인 심리 차원에서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친다.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하는 심리가 정치 영역에서 발휘될 때 극단적이고 단순한 사고로 빠지기 쉬워서다. 극단에 쏠리게 되면 음모론에 빠지기 쉽거나, 선동적인 정치인이 인기를 끄는 등 부작용도 함께 나타난다.● “확실한 정답 원해” 극단 정치 성향으로심리학에서는 불확실성을 피해 확실한 결정을 빠르게 얻고자 하는 심리적 특성을 종결 욕구(need for closure)라고 한다. 여러 선택지 앞에서 힘들게 고민하다 결정을 내린 뒤에 후련함을 느꼈다면 종결 욕구가 해소된 것이다. 종결 욕구 수준은 자라온 환경과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종결 욕구가 큰 사람은 한시라도 빨리 결정을 내려야 마음이 편해지는 반면, 종결 욕구가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은 결말을 열어 두고 천천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종결 욕구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아리에 크루글란스키 미국 메릴랜드대 칼리지파크 심리학과 석좌교수에 따르면,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누구나 일시적으로 종결 욕구가 커진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적으로 혼란스러운 요즘 한국 사회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종결 욕구가 커지면 열린 사고보다는 편협하고 폐쇄적인 사고를 하기 쉽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기보다 직관적이고 빠른 결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져서다.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기보다는 획일적인 집단 사고를 추구하게 된다. 여러 정보를 검토하려면 인지적 과부하로 스트레스가 생기고, 이는 또 다른 혼란을 추가하는 격이기 때문이다.빠른 결정, 확고한 결말, 심리적 안정을 위해 조직 내에서는 ‘우리끼린 잘 맞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진다. 내가 속한 조직에 순응할수록 충성심은